힌남노급 태풍 2050년에는 2~3년 주기로 온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줬다.

34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져 포항의 제철소가 창립 이래 최초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전국적으로 약 1조 73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힌남노’급 태풍이 2030년대에는 5년을 주기로, 2050년대에는 2~3년마다 발생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포스텍의 민승기 환경공학부 교수, 김연희 연구교수, 이민규 연구원(現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술원) 연구진은 경북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국립기상과학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동중국해 수온 상승이 ‘힌남노’급 초강력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기상학과 기후변화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기상학회보(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에 지난 1일 게재됐다.

따뜻한 바다 위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수온이 높아질수록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들은 대부분 제주도 남쪽에 있는 동중국해를 지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지역의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포항과 경북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준 초강력 태풍 ‘힌남노’는 동중국해를 지나오면서 세력이 오히려 강해졌는데, 원인으로 이례적으로 29도 이상을 기록했던 수온이 지목됐다.

연구진은 1982년부터 2022년까지의 관측한 기상자료와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동중국해 상층의 수온과 한반도 상륙 태풍의 강도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1982년부터 40년간 동중국해를 거쳐 한국에 영향을 미친 초강력 태풍(최대풍속 54m/s 이상) 16개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의 8~9월 평균 수온이 높을수록 태풍 상륙 당시 강도가 강해졌다.

연구진은 태풍이 가장 강력한 상태에 도달하는 지점도 과거보다 북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동중국해의 온난화로 인해 태풍이 약해지지 않고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로 북상해 강풍, 폭우와 같은 피해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인위적인 온난화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전 지구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화석 연료의 사용과 삼림 벌채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우 2022년 여름처럼 동중국해 고수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최소 5배 이상 증가했다.

인간 활동이 동중국해의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온난화가 연쇄적으로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70년대에 탄소중립을 가정하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와 현실적인 기후변화 완화 경로로 간주되는

중배출 시나리오(SSP2-4.5) 조건에서 기후 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동중국해의 고수온 현상은 온실가스

배출경로와 무관하게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 매우 강한 강도로 상륙한 ‘힌남노’급 태풍이 2030년대에는 5년마다, 2050년대에는 2~3년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민승기 교수는 “기후 변화가 동중국해의 고수온 현상을 일으키고, 그 결과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 강도가 세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동중국해의 온난화가 충분히 강해져 ‘힌남노’급 태풍의 상륙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