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정체는 공기차단막 넘어 남하한 북극 찬공기
한파 정체는 공기차단막 넘어 남하한 북극 찬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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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해 흡사 봄 같던 겨울 날씨가 금주 들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 20일 낮 최고기온은 영하 5도 인근에 머물렀는데, 일반 가정용 냉장고가 영하 3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낮에도 냉장고 속보다 추운 셈이다.
곳곳에서 ‘북극 한파’라는 표현을 쓸 만큼 추운 날씨는 어디서, 왜 나타난 것일까.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초의 따뜻한 겨울은 올해부터 시작된 ‘엘니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어로 ‘소년’을 뜻하는 엘니뇨는 남미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한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나타난 건 4년 만이다.
과학자들은 올해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제기후환경과학센터(ICCES) 연구팀은 이달 1일 국제 학술지 ‘대기과학 발전’에
“엘니뇨 현상과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의 결과로 올겨울 지구 평균 표면 온도(GMST)는 기록된 역사상 가장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놀랍게도 보름 전의 이상 고온과 이번 주의 한파는 ‘지구 온난화’라는 공통 원인에서 비롯됐다.
북극 5㎞ 상공에는 영하 40도 이하의 냉기를 품은 소용돌이 기류인 ‘폴라 보텍스’가 머물고 있다.
평소에는 북극 주변에는 빠르고 좁은 공기흐름인 제트기류가 흘러 이 차가운 소용돌이 기류를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차가 클수록 강해지고 기온차가 작을수록 약해진다.
지구 온난화는 북극의 기온까지 올려 기온차를 줄여서 제트기류를 약하게 만든다.
특히 온난화로 태양열을 반사하는 북극 빙하가 녹으면 북극은 빙하로 뒤덮여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
특히 올해 북극은 기후 변화로 올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은 이달 12일(현지 시각) 발표한 ‘북극 성적표’에서 북극의 올해 7∼9월 평균 지표면 기온이 6.4도를 찍었다.
기록이 시작된 1900년 이후 최고였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같은 태양열을 받으면 기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북극 증폭’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차가 줄면 제트기류도 약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제트기류에서 풀려난 폴라 보텍스는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현재의 추위도 결국 북극의 폴라 보텍스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직격했기 때문이다.
‘북극 한파’라는 표현이 모자라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북극한파’ 대신 북극권의 기압이
자연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북극진동’이라는 표현이 보다 과학적이라고 말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겨울 추위는 북극진동뿐 아니라 엘니뇨와 라니냐,
유라시아 대륙의 강설 상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최근 북극의 기온 상승 현상이 매우 극적이라 북극권의 온난화가 한파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랫 동안 한반도는 찬 시베리아 고기압과 따뜻한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가 전형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겨울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겨울철 한반도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기압이 동서로 흐르는 ‘동서 순환’의 영향을 받았다”며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해빙(海氷·바닷물이 언 얼음) 면적이 좁아지면서 그 영향으로 기압이 북에서 남, 혹은 그 반대로 흐르는 ‘남북 순환’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이 같은 남북 순환이 나타날 경우 살을 에는 북극의 냉기가 한반도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삼한사온과 비슷한 주기는 나타나지만, 그 주기는 길어지고 온도차는 더 커진다고 우진규 통보관은 설명했다.
이명인 교수는 “한국의 전국 평균 한파일 수는 3.7일 정도인데, 한파일 수가 최고로 많이 발생했던 2010년의 8.2일, 2012년 8.0일,
2017년 6.7일 등 역대 1~3위가 최근 10여 년에 몰려있다”며 “한반도 겨울철 기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한파 발생 일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내일과 모레는 최저 영하 15도, 23일에도 영하 13도의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이후 추위가 다소 풀려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안팎일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