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자들이 말하는 브루스 바웬디 교수
한국 제자들이 말하는 브루스 바웬디 교수
올해 노벨 화학상은 양자점(quantum dots)을 연구한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I. Ekimov·78)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양자점은 금속이나 반도체 물질로 이뤄진 10나노미터(nm·1㎚는 10억 분의 1m) 내외 크기의 결정을 말한다.
처음 양자점이 나온 이후 30년에 걸쳐 연구가 이뤄진 끝에 양자점의 크기와 구조, 표면과 결함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졌다.
이제는 실제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보했다.
국내에서도 브루스 교수와 바웬디 교수의 제자들이 양자점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브루스 교수의 제자인 류순민 포스텍 화학과 교수와 바웬디 교수의 제자 김성지 포스텍 교수, 김상욱 아주대 교수 등이다.
류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점 연구에서부터 소위 ‘나노 과학’이라는 말이 시작됐다”며
“연구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사람들에게 공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브루스 교수는 1980년대 양자점 분광학 연구를 하다가 용액 내 균일하게 퍼져있는
‘콜로이드 형태’의 반도체 입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잘못된 시료라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해보니 양자점의 크기에 따라 색이 달라졌던 것”이라며 일화를 밝혔다.
실제로 브루스 교수는 양자점을 합성하고 크기에 따라 전자 구조가 바뀐다는 것을 설명해 인정받고 있다.
류 교수는 이번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에키모프 교수에 대해서도 “브루스 교수보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다른 양자점을 만들었다”며 “브루스 교수가 용액상에서 양자점을 합성했다면
에키모프 교수는 유리를 기반으로 고체상에서 합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루스 교수가 개발한 합성법이 조성을 바꾸거나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바웬디 교수는 브루스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바웬디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신분으로 브루스 교수와 연구를 하며 양자점 합성과 분광학적 성질을 규명해 냈다.
바웬디 교수의 제자인 김상욱 교수는 “양자점은 삼성 제품에 들어갈 정도로 상용화가 됐다”며
“특히 바웬디 교수는 1993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양자점을 만든 연구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결정이 균일하고 발광 특성이 우수한 양자점을 만들어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평을 받는다.
이어 김 교수는 “양자점은 태양전지나 광감지기, 바이오 이미징에도 쓸 수 있다”며
“광감지기는 자율주행할 때 외부의 빛을 받아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기술로 최근 이쪽의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물학 분야에서 DNA나 항체에 양자점을 붙여 일종의 ‘태그’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이 분야는 임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바웬디 교수는 양자점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세우고 활용 분야를 계속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브루스 교수에 대해 ‘주변에서 상당히 존경받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류 교수는 “2006년부터 일을 함께한 만 3년 동안 겸손함은 물론 제자나 연구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도하는 모습을 봤다”며
“기초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두면서 연구를 즐기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올해는 브루스 교수의 80번째 생일과 양자점 연구 40주년을 기념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