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급유 시대 열리나 사업권 두고 기업들 경쟁 가열
우주 급유 시대 열리나 사업권 두고 기업들 경쟁 가열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은 우주 쓰레기가 된다. 엄청난 속도로 우주 궤도를 떠돌다 멀쩡한 다른 위성과 충돌할 수 있다.
한 번 충돌 사고는 우주 쓰레기인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 또 다른 연쇄 충돌 사고로 이어진다.
미국 우주군이 우주 충돌 사고와 우주 쓰레기를 막을 대안을 마련했다.
전투기가 공중 급유를 받듯 연료가 바닥난 인공위성도 우주 급유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성 수명이 연장되면 우주 쓰레기도 자연 줄어든다.
우주 급유 시험 위성, 2026년 발사 목표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일본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과 함께 미국 우주군으로부터
2550만달러(345억원)를 지원받아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에게 연료를 공급할 위성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우주 궤도를 떠다니는 우주선 잔해를 수거하는 기업이다. 개발비는 미국 우주군이 지원한다.
두 회사가 개발할 위성의 이름은 ‘애스트로스케일 재급유 서비스 시제품(Astroscale Prototype Servicer for Refueling, APS-R)’이다.
지구 정지궤도에서 위성에게 연료를 공급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구 상공 3만6000㎞ 이상에서 위성이 지구 자전속도와 같이 선회하면 마치 늘 한 곳에 정지한 채 떠 있는 것과 같다.
특정 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위성들이 이런 정지궤도에 있다.
APS-R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원형 궤도를 돌 예정이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주유소 역할을 할 정거장과 유조차가 될 셔틀 위성으로 우주 급유 시스템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료 정거장과 연료가 떨어진 위성 사이를 셔틀이 오가며 하이드라진 연료를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SwRI는 “지구 궤도에 있는 우주선은 연료가 모두 소진되면 상태가 아무리 양호하더라도 임무가 종료된다”며 “우주 재급유 위성은 우주선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앞으로 16개월 동안 APS-R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급유 셔틀은 크기가 61×71×114㎝이며, 무게는 연료까지 포함해 198㎏이다.
연구소는 2026년까지 발사 준비가 완료된 APS-R을 우주군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비트 팹은 주유캡 표준화로 고객 확대
미국과 영국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애스트로스케일처럼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다한 위성을 붙잡아 지구 궤도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위성이 대기와 마찰로 불타 사라진다. 최근 개발된 우주 급유는 위성을 폐기하는 대신 연료를 재충전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오비트 팹(Orbit Fab)도 우주군의 지원을 받아 우주 급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우주 급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오비트 팹의 우주 급유 시스템도 사우스웨스트연구소와 비슷하다.
연료 저장소와 고객 위성 사이를 연료 셔틀이 오가는 방식이다.
오비트 팹의 핵심 기술은 일종의 우주용 주유 캡인 ‘신속 부착 액체 연료 전달 인터페이스(Rapid Attachable Fluid Transfer Interface, RAFTI)이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으려면 주유기가 주유 캡과 맞아야 한다. 오비트 팹의 RAFTI는 연료 셔틀과 인공위성을 연결하는 주유 캡과 같다.
위성마다 주유 캡이 다르면 그만큼 우주 급유 업체의 고객도 줄어든다.
오비트 팹은 잠재 고객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 RAFTI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했다. 이미 상용 위성 100기 이상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 1월 오비트 팹은 우주 쓰레기 포획 업체인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와도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문어가 다리로 먹잇감을 감싸듯 촉수 4개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클리어스페이스는 2019년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쓰레기 기술 지원 업체로 선정됐다.
우주 급유 위성이 임무를 다한 위성과 결합하기 위해 전문 업체와 협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