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현실? 진공상태에서 금속 자가치유 확인
영화 트랜스포머 현실? 진공상태에서 금속 자가치유 확인
손상된 금속이 특정 조건만 갖춰지면 원상태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십 년이 지나도 튼튼한 교량과 지진 직후 알아서 원상 복구되는 건물, 스스로 수리되는 기계 등 금속의 자가치유는 엔지니어링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브래드 보이스(Brad Boyce) 미국 산디아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과 마이클 뎀코위츠(Michael Demkowicz) 텍사스A&M대 재료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진공상태에서 금속에 압력을 가한 결과, 금속이 손상 부위를 스스로 복구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금속의 자가치유가 아닌 시간에 따라 마모 작용으로 발생하는 ‘피로 균열’을 연구했다.
금속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미세한 균열이 커지고 퍼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금속으로 이뤄진 기계의 90%가 점진적인 피로 균열로 고장 나는 만큼, 진동과 응력에 의한 고장 원인을 밝히는 게 목적이다.
보이스 수석연구원은 “차량 엔진과 교량에 이르기까지 이 구조는 미세 균열에 이어지는 주기적 부하로 예측할 수 없는 실패를 초래한다”며
“교체 비용과 시간 손실, 인명피해가 발생해 미국의 경우 매년 수천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연구 방향이 바뀌게 됐다
연구팀은 진공상태에서 백금과 구리에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의 균열을 낸 뒤 양 끝을 잡고 초당 200회 반복적으로 당겼다.
이후 특수 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오히려 금속이 균열이 발생한 부위를 메꾸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자가치유 물질은 있지만, 금속의 자가치유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열이나 화학처리 과정 없이 금속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이론은 이전에도 제기됐다.
뎀코위츠 교수는 2013년 열을 가하지 않고 압력만으로 결함부의 성능을 되돌리는 ‘냉간 용접’으로 금속 균열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단조로운 인장 하중이 원자 배열의 교란인 ‘회위(Disclination)’를 발생시켜 손상을 완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뎀코위츠 교수가 2013년 제기한 이론을 10년 만에 사실로 증명했다.
연구팀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현상을 뎀코위츠 교수는 컴퓨터 모델링으로 재현해 자신의 이론과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 단위로 갈라진 금속은 반복적인 진동 이후 틈이 서로 융합돼 상처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연구팀의 금속 자가치유 발견으로 재료 과학 분야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공기 중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진 불분명하지만, 이 원리를 제조 환경에 적용할 경우
금속 장치와 관련해 혁신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보이스 수석연구원은 “이 현상은 진공상태의 나노결정 금속에서 일어난다”며
“이 발견을 일반화하는 것이 향후 광범위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 중의 금속에서도 유도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료 과학 연구자들이 적절한 상황에서
재료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