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에게 젖 먹이는 양서류 첫 발견
새끼에게 젖 먹이는 양서류 첫 발견
어미가 자신의 새끼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행동은 포유류 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런 행동을 포유라고 하는데, 포유류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따와 붙였다. 그런데 최근 남미에서 새끼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양서류 동물이 새롭게 발견됐다.
동물의 육아 방식이 진화해 온 과정이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풍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브라질 부탄타연구소 연구진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브라질에서 서식하는 양서류인 남아메리카시실리언이 젖을 먹이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카를루스 재러드 브라질 부탄타연구소 연구원은 “영양분이 풍부한 모유를 새끼에게 먹이는 행동은 오랜 기간 포유류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발견으로 새끼 양육 방법과 관련한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시실리언은 약 35㎝ 정도의 원통형 몸통으로 다리는 없는 무족류 동물에 속한다.
외형은 지렁이나 뱀에 가까우나 실제로는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 동물로 분류된다. 주로 브라질에 서식하면서 남미 전역에 골고루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남아메리카시실리언 만이 가진 독특한 육아 방식이 관찰됐다.
양서류인 이 동물이 마치 포유류처럼 자신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를 한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특히 알을 낳는 동물 중에서는 처음으로 포유를 하는 동물인 만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탄타연구소 연구진은 남아메리카시실리언의 신체 구조를 연구하던 중 포유류가 모유를 분비하는 유선과 비슷한 기관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분비되는 체액을 분석하자 포유류의 모유와 마찬가지로 탄수화물과 지방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와 성분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모유와 마찬가지로 새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어미의 유선에서 모유를 받아먹기 위해 모여드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번식을 마친 16마리의 어미 남아메리카시실리언이 새끼를 보살피는 모습을 녹화했다.
총 242시간 분량의 녹화본에서는 새끼들이 어미의 유선에 달라 붙어 몸을 비비거나 물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부 새끼들은 소리를 내면서 어미의 유선이 잘 드러나도록 했다.
새끼들끼리 모유를 먹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펼쳐졌다.
모유를 잘 받아먹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몸무게는 약 10%, 몸 길이는 5% 가량 차이났다.
재러드 연구원은 “새끼들이 부화한 후 2개월 동안 이같은 방식의 포유가 이뤄졌다”며 “이같은 방식은 포유류를 제외한 다른 동물에서는 지금껏 발견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존 분류학 체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에 사이언스는 전문가의 논평을 함께 소개했다.
마발리 웨이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날 논평을 통해 “남아메리카시실리언의 독특한 육아 방식은 지금껏 알려진 진화학 체계를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며
“양서류의 모유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양서류의 모유가 포유류와 비슷한 성분으로 이뤄진 점에도 주목했다.
웨이크 교수는 “모유의 성분이 포유류와 유사한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면 동물들의 육아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