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뇌로 자폐 유전자 36개 동시에 규명
미니 뇌로 자폐 유전자 36개 동시에 규명
천문학계 소행성에 19세기 여성 천문학자 몬더 에버렛 이름 붙여
자폐를 유발하는 뇌 유전자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실험동물을 만들어 각각 따로 기능을 연구해왔다.
말하자면 1차선 도로만 있던 뇌 유전자 연구에 8차선, 10차선 고속도로가 개통된 셈이다.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훨씬 빨리 찾아낼 수 있어 자폐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트리아 과학원 분자생명공학연구원(IMBA)의 위르겐 크노블리히(Juergen Knoblich),
총 리(Chong Li)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의 바버라 트뢰틀라인(Barbara Treutlein)
교수 공동 연구진은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뇌 오가노이드(organoid)로 자폐증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각각 돌연변이를 유발해 그 기능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臟器)라고 불린다.
이전에는 인체 세포를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인체 내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미니 뇌를 만든 것과 같다.
미니 뇌의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 유발
연구진은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발달한다고 밝혔다.
인간 뇌는 피질들이 층층이 있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신경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언어 소통이 힘든 자폐증(ASD)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자폐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냈지만,
이 유전자들이 어떻게 뇌 발달 이상을 초래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실험동물은 인간과 다른 뇌 발달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크노블리히 박사는 “인간 뇌 실험 모델만이 인간의 뇌가 가진 복잡성과 특수성을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 미니 뇌에서 자폐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동시에 살펴보기 위해
‘CHOOSE(CRISPR-human organoids-scRNA-seq)’란 기술을 개발했다.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인간
오가노이드에서 개별 세포의 유전자(scRNA) 기능을 해독한다(seq)는 뜻의 영문 역자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뇌 오가노이드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한 번에 분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자폐 관련 유전자 36개를 동시에 분석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 배양과 유전자 돌연변이를 맡았고,
스위스 연구진은 여러 유전자가 작동한 방대한 정보를 인공지능 컴퓨터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뇌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더 잘 생기는 세포를 찾아내 자폐를 유발하는 돌연변이에 취약한 세포들의 네트워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사 수십명 수년 걸릴 연구, 혼자서 한 번에 가능
그동안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기능을 알아보려면 해당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생쥐를 각각 확보해야 했다.
이제는 생쥐 없이 미니 뇌 하나로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박사후연구원 수십명이 수년간 연구해도 생쥐의 뇌 수준에서만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을,
이제 박사후연구원 한 명이 한 번에 인간 뇌 모델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니 뇌에서 확인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실제로 자폐를 유발하는지 확인했다.
먼저 자폐증 환자 두 명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자폐 뇌 오가노이드는 특정 세포들에서 결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