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누리호 2가지 키워드 원가 절감과 경사궤도
돈이 되는 누리호 2가지 키워드 원가 절감과 경사궤도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의 법무법인 율촌 렉처홀에서 우주항공산업 발전 방향과 우주항공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법무법인이 개최하는 우주 세미나라는 점도 특이했지만,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51,000원 5,500 -2.14%)
전무(우주사업부장)와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 등 국내 우주산업을 이끄는 주역들이 발표자로 나서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우주청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노 차장의 발표가 끝나고 단상에 오른 이 전무는 한국과 미국의 우주 기술 격차를 설명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 전무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는 발사체가 18년, 인공위성이 10년, 과학탐사는 15년의 차이가 난다.
탑재용량은 6.9배, 발사 비용은 13.6배의 차이가 나는 만큼 지금의 수준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전무는 “스페이스X는 올해 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로켓을 발사하고 있는데
누리호는 2027년까지 4년 동안 3차례 발사하는 게 전부”라며 “대량 생산을 해야 개발에 참여한 300여 기업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 체계종합기업에 선정돼 2027년까지 3차례 누리호 추가 발사를 책임진다.
다만 고도화 사업은 기존에 설계된 누리호를 설계 변경 없이 그대로 만들어서 띄워야 한다.
반복 발사를 통해 누리호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만든 누리호는 재사용 기술도 없기 때문에 발사 비용이 스페이스X의 ‘팰컨9′에 비해 2~3배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탑재 중량도 1.5t으로 23t의 팰컨9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상태로는 민간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정부도 이를 알고 지난 5월 발표한 우주항공청 정책방향에 누리호 성능 개량 사업을 명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알려진 바 없었다.
이날 이 전무가 처음으로 누리호 성능개량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무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추진하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성능개량 사업을 함께
진행해 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2028년에는 개량형 누리호를 발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돈이 되는’ 누리호를 위해 이 전무가 제시한 키워드는 ‘원가 절감’과 ‘경사궤도’다.
이 전무는 누리호 발사비용을 현재 대비 20%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 비용을 줄여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누리호 개발에 1조9600억원을 투입했다.
개발에 투입된 국가 R&D 비용을 모두 발사 비용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실제 발사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팰컨9은 1회 발사 비용이 6200만달러(약 851억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팰컨9 수준은 아니더라도 누리호 발사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민간 발사 서비스에 활용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무는 구체적인 원가 절감 방안도 언급했다. 공정개선과 소재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다.
또 상용부품 활용을 통해 원가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누리호 같은 발사체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때 사용되는
부품을 ‘우주급’이 아닌 상용부품을 사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우주급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용부품 활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누리호에도 상용부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품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