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와 베이조스도 꽂힌 핵융합 발전
게이츠와 베이조스도 꽂힌 핵융합 발전
지난해 5월 미국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부터 핵융합으로 생산한 전기 50메가와트(MW)를 매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2030년부터는 미국 철강기업 뉴코와 함께 핵융합으로 탄소 제로 철강 생산을 시작한다.
인공지능(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도 최근 헬리온 에너지에 5000억 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캐나다 스타트업 제너럴 퓨전은 2025년부터 영국 옥스퍼드셔 컬햄에 완공한 핵융합 실증 시설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플라즈마 과학융합센터에서 인큐베이팅한 벤처기업 CFS는 2022년 빌 게이츠 MS 창업자 등으로부터 18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나 헬륨처럼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끼리 부딪혀 무거운 원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
태양에서 수소와 수소가 핵융합해 헬륨이 되는 반응을 지상에서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방식으로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이 인공태양을 만들려면 1억 도 이상의 고온, 고밀도 환경에서 플라즈마(기체에 강한 에너지를 가해 전자와 이온을 분리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대개 전문가들은 핵융합 발전이 2050년대, 이르면 2030년대에 실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프랑스 남부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2035년은 지나야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등이 핵융합 발전에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2020년대 말에 상용화할 가능성도 생겼다.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추진했던 핵융합 발전에 민간 업체가 뛰어들면서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초고온 상태에서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가두는 기술은 한국이 선두다.
지난 20일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운용되는 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1억도의 고성능 플라즈마를 48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1억도를 달성했고, 2021년에는 플라즈마를 30초 동안 유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 전체 과정을 본다면 유럽하고, 미국,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다.
초전도자석 외의 기술, 가령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중성자나 삼중수소를 처리하는 기술 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에서 2050년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수~십수 조 원이나 되는 비용을 투자받으면서 핵융합 발전 상용 시기를 20~30년씩 앞당기고 있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융합 발전이 이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상용화될 수 있겠다”면서도
“다만 학교나 연구소와 달리 벤처기업은 각자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하기 전까지는 평가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한다고 해서 당장 화석연료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보다는 안전하지만 아직까지 삼중수소 방사능 문제가 남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핵융합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쓰고 있지만 미래에는 중수소-중수소 핵융합 반응을 쓸 것(2세대)으로 보고 있다.
이 반응을 일으키려면 1세대의 1억 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필요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핵융합로와 부딪혀 방사성 폐기물을 만드는 중성자 발생도 절반 가량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핵융합 발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3세대인 중수소-헬륨3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야 한다.